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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병영 생활 일기

최고의 반찬 : 화생방 가스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24~25일차

by 나는준이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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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들이 봤을 땐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며 읽다보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2023년 4월 17일 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논산훈련소 27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일어난 모든 활동과 교육 내용을 적을 순 없었습니다. 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나 감정만을 적었으니 자세한 활동은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23.05.10 (수) 3주차 핵 및 화생방 훈련 날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8.3 / 26.6

오늘은 화생방 훈련날이다.

 

나는 라섹 때문에 가스실습을 예외한다고 했다가 다시 하겠다고 정정을 해서 더 긴장이 되는 날이었다.

 

화생방 교장까지는 50분 가량 걸렸다.

첫번째 교육은 MOPP* 4단계였다.

 

1단계는 몇분, 2단계는 뭐를 몇분 이런식으로 단계별로 해야 하는게 있는데, 다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오후에 방독면 9초 안에 쓰는것만 평가한다고 했다.

 

두번째 교육은 가스실습이다.

가스실습이 끝판장이라고 생각해서 제일 마지막에 할 줄 알았는데 점심 먹기 전에 해서 당황스러웠다.

 

난 가스 마시는게 두려워서 방독면 끈을 엄청 세게 당겼다.

 

가스가 안 새게 얼굴에 밀착시켜야 했기 때문에 피부가 당겨서 눈 감는게 힘들 정도로 꽉썼다.

 

가스실습을 기다리면서 앞의 분대 사람들을 봤는데 미디어에서 본 것처럼 많이 고통스러워 하지 않으면서 나와서 안심이 됐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건 아니었기에 아직 긴장되긴 했다.

 

드디어 우리 분대 차례가 되었고, 1오로 실습실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안에 있는 교관님이 '정화통제거'라고 하셨다.

 

밖에서 들은 바로는 이러고 나서 바로 다시 정화통을 결합해야만 했다.

 

분대장들이 정화통을 제거하고 바로 결합한다고 했었다.

 

근데 교관님이 갑자기 교번을 부르셨다.

 

교번을 부르면 관등성명을 대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은 무조건 가스를 마실 수 밖에 없다.

 

동기 한명이 혼자서 3~4번 정도 불려서 나도 불릴까봐 걱정했다.

 

몇명이 더 불렸고 다행히 난 불리지 않았다.

 

다시 정화통을 결합하라고 해서 완전 웅얼거리면서 복창하고 결합했다.

 

숨이 진짜 많이 찼지만 가스를 마시면 안되니까 정화통을 결합하고 나서도 날숨을 몇번 더 하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정화통을 잘 못 끼우는 동기가 있어서 주변에서 도와줬다ㅋㅋㅋ

 

이 친구까지 결합을 마치고 파닥거리면서 가스실습실을 나왔다.

파닥거리는 이유는 몸과 옷에 붙은 cs탄 입자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나와서 방독면을 벗고 물로 얼굴을 씻었다.

 

난 가스를 마시지 않아서 목이랑 코는 하나도 안 아팠다.

 

방독면을 정확히 밀착시켜서 써서 그런지 눈도 안 따가웠다.

 

그냥 입주변만 매운거 묻은 것처럼 조금 따가웠을 뿐이었다.

 

근데 광견병 걸린것 마냥 콧물이 계속 나왔다 ㅋㅋㅋㅋ

 

닦으면 아플까봐 닦지도 못하고 완전 조심스럽게 소매에 묻혔다.

 

점심은 짜장밥이 나왔는데 간식으로 나온 꿀떡이 맛있었다.

 

세번째 교육은 핵공격 훈련이었다.

네 번째 훈련은 방독면 착용 평가였다.

 

적 화생방 공격 신호 후 9초 안에 방독면을 써야 한다.

 

평가가 끝나고 나서 소대장님이 9초 안에 못 썼어도 화생방 교육이라는 과목 자체는 통과(수료)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방독면을 9초 안에 못 쓴 사람은 다시 연습시킨다고 하셨다.

 

근데 그게 누군지는 아직 말해주시지 않았고 일단 강의실에 가서 쉬고 있으라고 하셨다.

 

합격하면 조기복귀를 하기 때문에 나름 중요했다ㅋㅋ

 

쉬고 있는데 3소대 조기 복귀할 인원을 불러주셨다.

 

근데 내 이름이 안불려서 눈물이 나왔었다... ㅠ

 

그래서 계속 강의실에서 쉬고 있는데 누가 137번 왜 안나와?!하고 외쳤다.

 

알고보니 나도 통과한 것이었다.

 

그래서 겨우 구제 받아서 조기 복귀에 성공했다ㅋㅋㅋㅋ!

 

와 지난 번부터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MOPP : 임무형 보호태세. Misson Oriented Protective Posture의 약자.

 

 

 

 

23.05.11 (목) 3주차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8.5 / 27.7

오늘은 오전에 체력측정을 했다.

 

3Km를 먼저 뛰었다.

 

1제대와 2제대로 나누어서 측정을 진행했는데 두 제대를 나누는 기준은 지난 2차 측정에 기반한다.

 

약 200명 중 상위 절반은 1제대, 하위 절반은 2제대이다.

 

난 지난번에 41등을 해서 1제대에서 뛰었다.

 

이 말은 오늘은 같이 뛰는 친구들이 다 잘 뛰는 친구들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뒤쳐지는 그룹이 되어서 뛸까봐 살~짝 걱정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정oo, 정ㅎㅎ이라는 친구들과 같이 뛰며 서로 페이스를 맞추기로 했다. (지금 보니까 둘 다 정씨구만..)

 

같이 뛰기로 한 친구들이 뒤에 잘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명한명 재끼면서 갔다.

 

그렇게 이번에는 34등으로 등수가 올랐다!

 

그리고 13분 24초로 1급을 받았다. ㅎㅎ (이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다음에는 팔굽혀 펴기를 했다.

 

같은 생활관 친구가 측정을 해주는데로 갔어야 했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갔다.

 

만약 아는 사람한테 갔으면 더 많이 카운트 됐을텐데 아쉽다.

 

마지막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3개 모두 측정을 마치고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생활관에서 쉰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소대장님이 방송으로 다음주에 있을 각개전투를 위한 교보재를 가져올 소대를 정하기 위해 각 소대 대표병 한명씩 나오라고 방송하셨다.

 

대표병들이 한명씩 나가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결과는...?

 

우리 3소대가 졌다.. (이겼다면 일기에 안 썼을 것이다 ㅋㅋㅋ)

 

그래서 각 분대 별로 5명씩 나가야 했다. 이때 우리 생활관 안에는 8명이 있었기에 3명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난 그 중에 첫번째로 당첨되었다.(일하는거에. 운도 좋아 참)

 

잠시 당첨확률을 계산해보자면

 

(4개 소대중에 우리 소대가 될 확률) x (8명 중 5명이 될 확률) = 대략 15%

 

그래서 체력 측정이 끝나고 10시부터 12시까지 땀 뻘뺄 흘리면서 일했다 ㅠㅠ

 

나는 팔꿈치 보호대 831개를 100개씩 오와열을 맞추고 개수 확인하고 다시 넣는 일을 했다.

 

이거 말고 다른 짐 옮기는 것도 도와줬다.

 

우리 10중대와 12중대가 나갔는데 12중대는 열한사람들에게 인센티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도 줄지는 모르겠다.(안줬다)

 

12시 반에 교육 훈련 출동인데 12시에 일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먹고 복귀해서 준비를 했다.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오늘 가는 수류탄 훈련장은 영내에서만 15분 가량 걷고, 영외 이동은 거의 20초?만에 끝나는 바로 앞에 있는 가까운 교육장이다.

 

논산훈련소를 나온 남자들은 고속도로를 지나는 다리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고 하면 바로 알 것이다^^

 

가서 훈련을 열심히 받았다~

 

아침부터 체력측정을 해서 힘 엄청 쓰고, 일까지 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훈련용 수류탄을 4개 던졌는데 나름대로 잘 던전것 같았다.

(던지면 노란색 연기가 나는 파란색 수류탄이다)

 

생활관에 복귀하니 체력측정 결과가 나왔다.

 

난 내 종합등급이 4금인 것을 미리 알았기에 참담한 심경으로 절망하고 있었다.

 

걸리면 자유시간을 거의 다 빼앗기는 보증형체력 단련을 또 나갈 것을 생각하니 남은 훈련소 기간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근데 지난번에는 괄호 열고 불합격이라고 써져있었는데 이번에는 안써져있었다.

 

합격한 것이다~!

 

지난주의 지옥 같던 보충형 체력 단련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저녁에 여유를 즐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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