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들이 봤을 땐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며 읽다 보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2023년 4월 17일 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논산훈련소 27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일어난 모든 활동과 교육 내용을 적을 순 없었습니다. 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나 감정만을 적었으니 자세한 활동은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 23.04.20 (목) | 0주차 |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14.7 / 26.4 |
오늘부터 너무 빡세졌다.
이제부터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순환로'를 통해서 간다고 한다.
순환로가 뭐냐면 식당까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연병장 한 바퀴를 돌아서 가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트이다.
심지어 가면서 제식을 빡세게 시켜서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나는 몰랐는데 내가 '제자리서 가'를 잘 못하고 있었다.
참 이거는 몸하고 머리가 따로 놀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도 내 동기가 나 이상하게 한다고 해서 점심 먹고 와서 그제야 고쳤다.
오늘 부식으로 건빵을 받았다. 진짜 군인이 된 것 같다...
나는 건빵을 바로 안 먹고 보관해 놓았다.
언젠가 더 배고플 때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제 받은 불닭은 주말에 통제하에 먹게 해준다고 한다.
14시에는 혈액 검사와 백신 접종을 위해 집합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생활관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았다.
팔굽혀펴기 12개를 시켰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해서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손바닥에 자국이 다 남고 끝나고도 너무 힘들었다.
난 근육이 별로 없고 체력도 약했기에 죽을 뻔했지만 다행히 죽진 않았다(당연하지).
얼차려가 끝나고 소대장이 연설을 하는데 안 그래도 얼차려로 힘든 상태에서 차려 자세로 가만히 있으니까 손발이 저리고 숨도 잘 안 쉬어졌다.
다른 사람이 보면 오버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쓰러질 뻔했다.
나중에 동기한테 물어보니 나만 그랬던 게 아닌 거 보면 조금 과하게 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사경을 헤맬뻔한 상황에서 소대장이 '이왕 온 거 열심히 해서 즐기자!'라고 혼자만 신난 듯 말해서 짜증이 났다.
혈액검사 하는 곳에 도착해서 대기하는데 소대장이 서류 3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 아까 생활관에선 분명 2장만 필요하다고 해서 2장만 챙겼는데 하...
그냥 노랑봉투*를 통째로 챙길까 후회했다.
전전긍긍하다가 소대장님한테 말씀드리니까 필요없다고 하셨다.
이럴 거면 왜 3장이 필요하다고 한 거야..참.
다행히 안에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안에서 피를 뽑고 예방접종을 받았다.
근데 주사를 양쪽에 동시에 놓았다.
그래서 양쪽 손으로 반대편 팔을 잡아서 지혈을 했다.
심지어 두방 맞고 나서 나갈 때 오른팔에 한 방을 더 맞았다.
결국엔 오른손으로 왼팔을 지혈하고 왼손으로는 손가락을 벌려 오른팔 두 군데를 지혈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날 오른팔에는 피 뽑은 곳 하나, 예방주사 두 개, 이렇게 세 군데의 상처가 생겨서 다음날이 되어서도 팔이 아팠다.
저녁 먹고 나서는 점호교육을 했다.
이제 군기를 정말 열심히(?) 잡는다고 느껴지는 게 내 앞의 동기가 앉아서 차려자세에서 간지러운 곳 조금 긁었다고 생활관 인원 전체를 복도에 집합시켰다.
그리고 나한테도 목소리가 작다고 억까를 했다.
(내가 너보다 목소리 컸어 인마)
정말 자는 것도 힘들다... 오늘 불침번은 5번째였다. 졸려서 그냥 눈감고 근무했다~
*노랑봉투 : 입영하면 나눠주는 노란색 서류 봉투. 여기에 작성해야 하는 여러 서류들이 담겨져 있다. 노봉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 23.04.21 (금) | 0주차 |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13.5 / 24.3 |
오늘은 코로나 환자가 추가 발생하여 오전에 생활관 안에서 길게 대기했다.
오후에는 신체검사를 하러 입영심사대로 갔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근데 가서 키, 몸무게만 재고 바로 복귀해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저녁 먹기 전에는 체력단련 영상을 보면서 7세트짜리 운동을 했다. 덕분에 알이 많이 배겼다.
| 23.04.22 (토) | 0주차 |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12.1 / 22.1 |
군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화나게 한다.
아침에 목도 잠겼는데 목소리 크게 하라고 뭐라고 했다.
하지만 난 상처 받지 않아...
오늘의 아침 메뉴는 빵식이다.
빵 2개, 샐러드, 캐찹 2개, 닭고기 패티 2장, 심지어 콜라도 나왔다.
(급식에서는 콜라는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군대 식단에서는 이렇게 종종 나온다.)
난 사회에서는 수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햄버거를 수프에 찍어 먹으니까 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2개를 먹기 시작하니까 살짝 느끼해서 두 번째 버거는 남겼다.
콜라도 정말 오랜만에 먹는 탄산이라 그런지 정말 달았다.
국방 디자인만 보다가 콜라캔 디자인을 보니까 예뻐 보여서 밥 다 먹고 한참 동안 바라봤던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생활관에 복귀해서는 '클린데이'라는 것을 진행했다.
말이 좋아 클린데이지, 그냥 휴일에 청소시키는 거다.
오늘부터 TV 시청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청소가 끝나고 생활관에서 아이돌 뮤비를 봤다.
원래 아이돌에 별로 관심 없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재미있고 좋았다.
점심 먹고 생활관에 복귀해서는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효도편지를 작성했다.
원래 더 정리하고 쓰려고 했는데 급하게 얼른 썼다.
그러고 나서 전화등록, 전투복 시착을 했다.
오늘은 그나마 편하고 여유롭고 행복했던 하루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코로나 유증상자와 유선진료(전화를 통해 군의관에게 검진 받는 것) 희망자를 조사했다.
방송을 들었을 때 나는 모포를 개고 있었기에 개던 것을 마저 개고 나갔다.
근데 조금 늦게 나왔다고(방송 나가고 20초 정도밖에 안되었었다.), 한숨 쉬면서 뭐라고 그러길래 나도 아침부터 짜증이 났었다.
기침이 나온다고 하니까 이것도 코로나 증상이라고 코로나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그래서 조교가 나한테 신속항원 검사를 했다.
근데 조교 특유의 불친절함+비전문의료인 특성이 합쳐져서 검사하는데 뇌까지 뚫리는 줄 알았다.
조금 있다가 군의관님과 전화를 해서 약 3일 치를 처방받았다.
+오늘 개인 정비 시간에 머리 깎는 것을 지시받아서 머리를 밀었다.(들어간 지 며칠 됐다고 벌써 머리 깎으라고 하는 거야)
3mm를 요구했기 때문에 나는 머리를 더 깎아야 했었다.
머리를 깎는데 바리깡이 낡아서 자꾸 멈췄다.
그래서 옆 생활관에서 바리깡을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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