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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병영 생활 일기

총 고장났다고 말했는데 소대장이 극대노한 썰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16~17일차

by 나는준이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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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들이 봤을 땐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며 읽다 보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2023년 4월 17일 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논산훈련소 27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일어난 모든 활동과 교육 내용을 적을 순 없었습니다. 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나 감정만을 적었으니 자세한 활동은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23.05.02 (화) 2주차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4.8 / 26.6

오늘도 출동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10분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에 더 정신이 없었다.

 

고작 10분 차이인데 이렇게까지 바빠지나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아침 점호 시간에 뜀걸음을 안 해서 좋았다.

 

하지만 아침 먹고 양치를 못했다.

 

점호 복귀해서 아침 먹기 전에 혹시 몰라 양치를 했는데 이거라도 안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출발 10분 전에 갑자기 훈련용 전투복에서 A급 전투복으로 환복하라고 해서 정신이 없었다.

 

왜 훈련 나가는데 A급을 입게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사격 훈련이라서 전투복 갈아입을 때 무릎/팔꿈치 보호대를 차려고 했는데 까먹고 못 찼다.

 

첫 번째로 배운 건 신속/전술 탄알집 교환이다.

 

전술 탄알집 교환을 할 때 엄호의 표시로 왼손 주먹을 올려야 하는데 오른손으로 머리 치는 모션을 해서 평가에 불합격했다.

(나한텐 이걸로 알려줬는데..?)

(옛날 일기에는 불합격해서 아쉽다고 적혀있는데 돌아보니 뭐 전혀 아쉽지 않다.)

 

두 번째 교육은 삽탄 교육이었다.

 

평가는 10발을 25초 안에 탄알집에 삽탄 하면 합격이다.

 

이건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다.

 

세 번째 훈련은 격발 훈련이었다.

 

엎드려 쏴 자세에서 총열 위에 바둑알을 올려놓고 격발했을 때 바둑알이 떨어지면 안된다.

 

5번 기회에 3번 성공해야 한다.

 

잘 안되서 몰래 바둑알을 바닥에 갈았다.

그래도 실패했었다..ㅠㅠ

 

다행해 2번째에 성공했다.

 

4번째 교육은 사격 자세 훈련이었다.

 

엎드려 쏴 자세와 서서 쏴 자세를 세번째 훈련과 연계해서 진행했다.

 

마지막 훈련은 사격 기본자세 4가지를 배웠다.

 

오늘따라 분대장들이랑 많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마다 분대장들이랑 잡담을 꽤 많이 했다.

물론 난 안 하고 동기들이 했다.

 

난 힘들어서 멍 때리면서 쉬었다ㅎㅎ

 

+ 오늘 점심도 밖에서 먹었는데 배식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예의가 없었다.

 

밥 더 달라고 했는데도 대답도 안 하면서 안된다고 하고 고개만 흔들었다.

 

밥도 너무 조금 주고 반찬도 적게 줬다.

 

밥이 없어서 그러면 모르겠지만 이게 다 본인들 먹을 양이 없을까 봐 그랬던 것이라서 더 화가 났다.

 

이해는 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밥과 반찬들이 한바트 이상 씩 남았다.

 

 

 

23.05.03 (수) 2주차 영점사격 하는 날 날씨 : 맑음, 최저/최고 : 9.6 / 26.0

오늘은 영점사격을 하러 가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아침에 뜀걸음을 안 했다!

 

영점사격은 오전, 오후로 나눠서 하는데 난 오후조였다.

그래서 오전에는 체력단련을 했다.

 

훈련장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해서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부식으로 나온 마가레트가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훈련장을 가는데 4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좋았다.

힘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었다....ㅋㅋㅋ

 

근데 내 총 좌우크리크가 고장 나 있는 상태였다.

 

5/1 첫 야외훈련 때 크리크 조정법을 배울 때부터 내가 고장 났다고 말했었다.

 

근데 이때는 생활관 복귀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그날 복귀해서 고장 사실을 말하니까, 다음날 총기 점호(총기 점검)할 때 말하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총기 점검 때 보고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껀 못 고치는 총기라고 하고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아무런 대책이나 해결법을 제시해주지 않아서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는데 내일 총을 바꿔준다고 해서 오케이~하면서 넘어갔다.

 

근데 다음날 11시가 넘어서도 총에 대한 소식이 없길래 복도에 있는 분대장한테 내 총 어떻게 됐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소대장한테 보고 됐다고 나가서 해결해 준다고 했다.

 

ㅁㅊ..ㅋㅋㅋ

 

그래서 일단 훈련장으로 나갔다.

 

훈련장에 가서 총구 안에 이물질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에 총에 대해 물어보려고 손들고 '질문 있습니다'라고 하니까 갑자기 '목소리 그따구로 할 거면 질문하지 마'라고 하면서 화를 냈다.

 

오전 조에서 누가 교관 화를 이미 돋아 놨나 보다. 하...

 

분명 내 목소리는 그렇게 작지 않았다.

 

귀마개를 끼고 있는 상태에서 내 생활관 동기들도 다 들었었다.

 

그냥 이 미친 소대장이 성격이 너무 더럽다..(ㄱㅇㅂ 두고 보자)

 

사로 들어가지 전에 한 번 더 물어봤는데 또!!! 이따가 고쳐준다고 이제 그만 말하라고 했다.

(님한테 2번밖에 말 안했는데용..)

 

하지만 일단은 더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근데 물어보지 말라고 했으면 고쳐줬어야지 ㅅㅂ(화나서 욕 한 번만 할게요)

 

그렇게 난 내 총을 고치지 못한 채로 사로에 들어섰고, 부사수 임무를 수행했고, 이제는 내가 사수가 되어 총을 쏠 차례가 거의 되어 갔다.

 

그런데도 아직 조치가 없길래 옆에 있는 조교랑 높아 보이는 검은 모자한테 내 총을 보여주면서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랬더니 이걸 왜 이제 말하냐고 날 혼냈다.

 

난 진짜 어이가 없었다.

 

앞의 일들을 모두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이 친구들과 얘기를 하기 싫었다.

 

그냥 계속 보고 했었다고만 말했다.

 

그랬더니 총을 쏘지 말고 2소대장(아까 그 소대장)을 찾아가라고 하셨다.

 

2소대장을 찾아갔더니 이 사람은 또 그냥 가서 쏘라고 했다.

 

아니 뭐 어떻게 하라고.

 

그래서 총을 쏘려고 다시 사로로 돌아가니까 이미 뒤에 사람이 먼저 사격을 하고 있어서 다시 부사수 임무를 했다.(깃발을 들고, 남은 총알 개수를 카운트하고, 다 쏘면 깃발을 내리는 거다.)

 

내 뒷사람이 절반 정도 쏘고 있었을 때 뒤에서 '137번!!'하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137번은 제 교번입니다.) 드디어 내 총을 고쳐주러 온 것이다ㅎㅎ

 

그렇게 내 좌우크리크는 고쳐졌고 난 원래 4조인데 순서가 밀려서 6조랑 같이 사격을 하게 됐다.

 

2소대장이 고칠 때 영점조정도 해줬다고 해서 마음 놓고 총을 쐈다.

 

1차 사격을 끝내고 사격이 아직 다 안 끝난 사로가 있어서 옆에 분대장이랑 얘기를 했다.

 

사격 팁에 대해서도 듣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우선 분대장님은 상병 4호봉이라고 하시고 군생활이 100일 조금 넘게 남았다고 하셨다.

 

나는 훈련소 3주 차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고생하라고 하셨다.

 

모집/징집 물어봐서 모집이고 운전병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새끼 군생활 꿀 빨러 왔네?' 이러셨다.

 

물론 진심으로 하신 건 아니고 장난으로 그러신 거다.

 

그러고 '네가 저기 표적지에 가서 서있어 내가 쏠게'라고 하셔서 엄청 웃었다.

(이분은 우리 소속은 아니고 옆 교육대에서 지원 나오신 분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표적 확인 시간이 되어서 표적지를 봤는데 내 표적지에 구멍이 하나도 안 뚫려 있었다.

 

내가 사격을 이렇게 못하나 싶어서 잠깐 동안 멍한 상태였다.

 

분대장도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내 총을 보고 영점이 안 잡혀 있는 걸 보고 영점을 다시 잡아주셨다.

 

다행이었다. 그러고 나서 2차 사격을 하니 드디어 표적지에 총알이 맞았다.

 

3차 사격까지 하고 사로에서 내려와서 안전검사를 하고 탄피 반납 후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를 불합격이었다...ㅠㅠ

 

탄착군 형성도 안 됐고 맞춰야 하는 동그라미 안에 한 발도 안 맞았다.

 

난 불합격했기에 사격을 한 번 더 했다.

 

두 번째 사격 때는 탄착군은 형성됐는데 동그라미 안에 못 들어왔다.

 

이것도 원래는 불합격이다.

 

불합격한 사람은 다음날에 또 사격을 하러 가야 했기에 절망적이었다.

(심지어 다음날은 강수확률 60%였다)

 

근데 2소대장님이 내 표적지를 보더니 '아~너무 아까운데?' 이러고 뭔가를 세더니 '이거 8크리크 아니고 위로 9크리크 올려, 합격'이라고 하셨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영점 사격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했다.

 

+어젠가 엊그젠가... 언젠가부터 세면장 비누가 바뀌었다. 난 원래 있던 비누냄새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새로 바뀐 비누는 냄새가 좋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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