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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병영 생활 일기

전투적으로 쉰다는 건 무엇일까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18~20일차

by 나는준이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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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들이 봤을 땐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며 읽다보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2023년 4월 17일 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논산훈련소 27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일어난 모든 활동과 교육 내용을 적을 순 없었습니다. 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나 감정만을 적었으니 자세한 활동은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23.05.04 (목) 2주차   날씨 : 비, 최저/최고 : 14.6 / 28.0

 

오늘은 영점사격 불합격자들이 재평가를 보러 가는 날이다.

 

나를 포함한 합격자들은 오전에 쉬다가 (난 낮잠을 잤다.) 체력단련을 했다.

오후에 체력측정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단련의 강도가 강하지는 않았다.

 

영점 재사격자들이 복귀하고 나서 체력측정을 했다.

3km 달리기를 먼저하고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를 했다.

3km 달리기는 처음이라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지난번 체력측정 때는 첫 측정이라고 3km가 아니라 1.5km를 뛰었다.)

 

결과는 3km 2급, 윗몸 6급, 팔굽 7급으로 종합 5급이 나왔다. 처참하다..ㅎ

 

3주차는 종합 등급 5급이면 불합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보충형 체력 단련 대상이었다.

보충형 체력단련은 개인정비시간에도 체력단련을 하는 것이다.

보충형 체력 단련 대상에 선정되면 매~~일 시간 있을 때 마다 계속 불려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

 

근데 이번 체력 측정 때 5급 이하가 200명 중에 112명 정도로 절반이 넘는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5급은 보충형 체력 단련 대상에서 제외해주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늘 조교가 우리를 식당 앞에 대기시켜놓고 우리를 까먹어서 식당 앞에서 40분 넘게 기다렸다.

우연치 않게 오늘 애로사항 건의를 받았는데 누가 이 일을 썼나보다.

다음 날에 우리가 밥을 제일 먼저 먹게 해주었다ㅋㅋㅋㅋㅋ

 

 

 

23.05.05 (금) 2주차 하루종일 비가 온 날 날씨 : 비, 최저/최고 : 17 / 21.3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오늘은 아무것도 없고 전투적으로 쉬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어떤 소대장님이 오늘 클린데이를 진행하겠다고 해서 짜증이 났다.

원래 아애 안 주면 몰라도 줬다 뺐으면 말이 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이 사람 방송을 너무 많이 한다. 

 

 

오전에는 11시 쯤에 왕뚜껑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는 특별한 거 없이 하루종일 쉬긴했다.!

(자대에 가서 깨달았지만 사실 훈련소에서 보내는 공휴일은 좋지 한다. 빨리 자대에 가서 쉬는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 오늘 전화를 했는데 15분을 시켜주는 줄 알았는데 10분만 시켜줬다.

그래서 원래 전화를 하려는 사람들한테 전화를 못했다.

 

 

++5/2에 같은 생활관 동기 중 한 명이 생일이었다.

이 친구가 몬스터라는 에너지 드링크를 좋아하는데 생일날 친한 분대장한테 몬스터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연대는 px를 아직도 한번도 안보내줬었기 때문에 더 마시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분대장이 몬스터를 몰래 가져와줬다.

근데 이걸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면 안돼서 분대장님이 창문을 등으로 가리고 한 명씩 컵을 가지고 오라 하셨다.

그렇게 한 명씩 몬스터를 컵에 받고 마셨다.

난 몬스터를 딱 한번 마셔봤었는데 한 번 더 먹어보니까 맛있었다.

 

 

 

23.05.06 (토) 2주차 고릴라 분대장이 너무 짜증났던 날 날씨 : 비, 최저/최고 : 13.5 / 20.4

어제 클린데이를 했든데 오늘 클린데이를 또 진행했다.

그리고 자꾸 방송에서 뭘 시킨다!

 

군대에서의 휴일은 이런 느낌이다.

'너네 엄청 수고했어. 아무것도 간섭 안할게 푹 쉬어! 대신 할건 하고 쉬어! (할게 100개가 넘는다) 아! 이것도 하고 쉬어야 해.'

여기에 다음 주차에 훈련 받을 내용을 미리 예습까지 하면 이게 쉬는건가 싶다.

 

오늘 청소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때는 약간 감성적인 노래만 들었어서 노래를 부르다 보니까 가사에 감정이입이 돼서 청소하다가 눈물이 나올 뻔했다.

전역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점심을 먹고 와서 쉬는데 어떤 분대장이 (이 분대장을 앞으로 고릴라 분대장이라고 하겠다) 자꾸 말을 공격적으로 해서 지금 너무 짜증이 난다.

 

이 사람은 뭘 말해도 기분이 상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고릴라 분대장은 밖에서 죽빵을 한대 날리든, 마편이나 애로사항에 적어서 어떻게든 복수할거다... 

 

 

+하... 이건 내가 잘못한게 맞는데 동시에 너무 웃겨서 분하다.

1주차인가 2주차에 기독교 세례식에서 뭉쉘이랑 뭐 다른 기념품들을 준다고 해서 기독교 세례식을 신청했었다.

몇몇 다른 동기들도 간다고 해서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나는 무교였기에 여러 종교활동을 가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사회에서도 부모님따라서 절도 가고, 친구들 따라서 성경캠프 같은 것도 가고 그랬다.

다만, 논산에서는 불교를 가고 있었다.

 

문제는 오늘 14시 20분 쯤에 고릴라 분대장이 방송으로 타 종교 신청했는데 기독교 세례도 신청한 사람을 나오라고 했다.

나갔더니 이건 상식적이지 않다~,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하며 혼을 냈다.

 

고릴라 분대장도 어이가 없었는지 혼내면서 웃었다.

 

아니 그럼 취소라도 하게 해주던가.

취소하겠다고 하니까 취소는 또 못한다고 한다.

나보고 어쩌라고ㅋㅋㅋㅋ

 

 

++하 진짜 고릴라. 샤워실에서 누가 떠들었다고 '아.. 분대장은 두번 말 안합니다.

생활관 TV 끄고 리모컨 당직 테이블로 갖고 오세요'라고 했다.

진짜 오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고릴라 진짜!!!

무슨 일이나면, 어느 생활관에선가 소리치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고릴라 분대장이 떠든 생활관 나오라고 했다.

 

그때 우리 생활관은 다 자고 있었고, 나랑 다른 동기 한 명만 아주 가까이서 얘기하고 있었기에 우리 분대는 절대 아니었다.

 

고릴라 분대장이 떠든 분대 계속 나오라고 했는데 안 나와서 우리 10중대 전체보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계~속 복도에 세워놨다.

 

그러면서 자기가 봤을 때 소리가 2, 3 소대 쪽에서 났다고 분대장이 봤을 때 무조건 2, 3 소대라고 했다.

 

자기가 보긴 뭘 보나 싶다..

 

건물 구조는 밑에 그림과 같다.

내가 썼던 건물의 구조

 

소리가 앞에서 났다면 4소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당하다.

 

혼자 다른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근데 왜 1소대는 제외하는지 모르겠다.

 

난 고릴라 분대장이 자기도 잘 모르면서 2, 3소대라고 확신하는게 너무 역겨웠다.

 

내 생각에는 그냥 3소대를 잡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를 세워 놓을 때도 우리 앞 생활관인 3소대 4분대 애들한테 계속 너네 아니냐고 추긍했다.

(나중에 밝혀졌는데 범인은 1소대 중 한명이었다)

 

그냥 너무 싫다.

왜 자꾸 욕이 나오게 하는지 모르겠다.

 

고릴라 분대장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자기를 쓰라고 했으니까 난 무조건 다음에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안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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