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들이 봤을 땐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며 읽다보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2023년 4월 17일 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논산훈련소 27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일어난 모든 활동과 교육 내용을 적을 순 없었습니다. 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나 감정만을 적었으니 자세한 활동은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 23.05.18 (목) | 4주차 | 날씨 : 흐리다 비, 최저/최고 : 17.3 / 30.6 |
오늘은 낮에는 각개전투 (또), 밤에는 행군을 한다.
아침에 출동을 하려고 하는데 출동이 20분이나 늦어졌다.
생활관 동기 최oo씨가 총기함 키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
이 친구가 오늘 오전에 의무과를 가야해서 총기를 다시 총기함에 넣으려고 키를 받아왔다.
총기함을 열고, 총을 넣고, 총기참 키를 다시 반납하려는데 총기함 키가 사라졌다.
방송에서는 계속 3-2 생활관 총기함 키 반납하라고 재촉하는데, 우리는 계속 키를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들켰고 출동보다는 키 찾는게 우선이라고 해서 침대 밀고, 바닥에 있는 의류대 다 들고, 군장 생활관 밖으로 다 빼고 잃어버린 친구의 손/몸을 수색하면서 먼지 하나까지 다 털었다.
그래도 총기함 키는 나오지 않았다.
총기함 키가 발견된 곳은 '총기함 안'이었다.
총기를 넣으면서 떨어뜨린 것 같다.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는데 총기함 안에 있었다니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찾아서 다행이었다.
계속 못 찾아서 훈련을 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ㅋㅋㅋㅋㅋ
오늘은 숙영 때의 군장보다 짐을 많이 뺀 상태여서 (침낭, 텐트, 세면바구니 등을 뺐다) 훈련장까지 가는데 많이 힘들지 않았다.
내가 강해진 건가..?ㅋㅋ 모르겠다.
아마 90% 이상의 확률로 전자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총기함 키를 찾느니라 늦어서, 훈련장에 도착하니 우리 분대 빼고 다 쉬고 있던 상황이었다.
오늘은 햇빛이 없고 신선한 날이었다.
그러나 결국 점심을 먹을 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 비는 저녁 먹기 전까지 계속 온다)
신발이 비에 젖으면 큰일 나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많이 오지는 않았다.
조금씩 와서 오히려 열을 식혀주어 시원했다.
게다가 비가 와서 종합각개전투 훈련에서 드러누워 포복 코스는 생략했다!
종합 각개 전투 훈련은 길이만 길지 오히려 쉬웠다.
마지막에 수류탄을 던지고 돌격하는 코스 때는 힘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던 훈련이었다.
각개전투가 끝나고 새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을 때 행군 부식이라고 파워에이드 1병과 자유시간 2개를 줬다.
저녁 먹고 양말을 갈아신고 발이랑 어깨에 파스를 뿌리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19:50 쯤에 행군이 시작됐다.
1코스는 종합각개 전투 훈련장에서 훈련소 앞에 있는 A까지 였다.
(구체적인 행군코스는 검열하겠습니다.)
1코스를 걸을 때는 생각한 것보다 많~~이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선선하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걷기 좋았다.
사회에서 저녁 먹고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1번째 코스 종착점에 도착했는데 바로 쉬지 않고 근처 길을 한바퀴 쭉 돌고 쉬게 해줘서 당황했다.
아무리 쉬워도 행군은 행군이었기 때문이다...ㅠㅠ
2번째 코스는 A부터 B까지 였다.
2번째 코스는 정말 짧았다.
도착하고 나서 어? 벌써 도착했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3번째 코스는 B부터 C까지 였다.
3번째 코스부터는 살짝 힘들었다.
3번째 코스의 종착점은 C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 중턱에 있는 길에서 멈추더니 거기서 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ㅋㅋㅋㅋ
그래도캄캄한 길에서 누워서 하늘을 보니까 낭만은 있었다.
4번째 코스는 C 가는 길에서 대대측면까지 였다.
4코스는 진짜 너무너무 길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나서 힘들었다.
그리고 힘든게 누적되서인지 앞에 친구와 간격도 계속 벌어졌었다.
그래서 곡선 길이 있으면 난 앞의 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최단거리를 찾아서 인코스로 돌았다.
(이러면 안됩니다... 대열 이탈한다고 혼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다행히 이러면 간격이 줄었다.
괜히 인코스라는 단어가 나온게 아닌가 보다 ㅋㅋㅋㅋㅋ
4코스의 도로가 끝나는 다리가 나오고 위병소 전까지 논길이 있는데 논이 끝날 기미가 안보여서 욕이 절로 나왔다.
어찌저찌 대대측면에 도착해서 쉬는시간을 가졌다.
이번 쉬는시간에는 발에 엄청난 피로함이 느껴졌다.
대대측면에 도착했으니 이제 끝났으면 좋겠지만 마지막 코스를 위해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섰다.
마지막 코스는 대대측면에서 훈련소 반바퀴를 돌아 연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번 코스 때는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발이 뜨거운 느낌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짧다 해놓고서 꽤 길게 갔다.
다행인 건 원래는 육군훈련소 전체를 다 도는건데 절반만 돌았다는 거다.
반바퀴를 돌고 연병장으로 집합을 했다.
거기서 신병교육 수료 인증식을 하고 (교육대장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짧게 한다 해놓고 꽤 길게 해서 짜증났다)
생활관에 돌아와서
1. 교총을 총기함에 넣고
2. 모포 2잠을 세탁추진 보내고
3. 군장을 정돈했다.
그러고 나서 목욕탕에 가서 씻고 잤다.
어깨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종아리도 아프고 온몸이 피로했다.
그래도 신병 교육 과정의 모든 훈련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수능이 끝나고 느낀 해방감을 또 느낄 수 있었다ㅋㅋㅋㅋ
이 감정은 전역할때 또 느끼지 않을까 싶다.
<행군 코스 요약>
-제 1코스 (쉽다)
종합 각개 전투 훈련장 --------> A
-제 2코스 (왜 이렇게 빨리 도착해)
A --------> B
-제 3코스 (힘들기 시작)
B --------> C
-제 4코스 ( 너무 길다. 언제 끝나)
C --------> 대대 측면
-제 5코스 (살려줘)
대대 측면 --------> 연병장
*행군 주차 중 총 이동거리 : 104km
-소대장 갤럭시워치 측정치 기반 (아마 훈련병들은 이것 보다 더 많이 걸었을 것임)
2024.01.13 - [군대 이야기/병영 생활 일기] - 훈련소에서 모든 훈련이 다 끝나면 어떻게 될까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33~38일차
2023.12.28 - [군대 이야기/병영 생활 일기] - 각개 전투 중 동기가 대검을 잃어버렸다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29~31일차
각개 전투 중 동기가 대검을 잃어버렸다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29~31일차
일기 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본 포스팅은 군대라는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의 개인적인 기분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기에 남
this-is-jun.tistory.com
'군대 이야기 > 병영 생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논산훈련소 떠나는 날 + 1야수교에서의 첫날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39일차 + 1야수교 1일차 (2) | 2024.01.14 |
|---|---|
| 훈련소에서 모든 훈련이 다 끝나면 어떻게 될까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33~38일차 (2) | 2024.01.13 |
| 각개 전투 중 동기가 대검을 잃어버렸다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29~31일차 (1) | 2023.12.28 |
| 불교 신자가 논산 교회 가본 후기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 26~28일차 (2) | 2023.12.27 |
| 최고의 반찬 : 화생방 가스 / 논산 훈련소 생존 일지 24~25일차 (1) | 2023.12.26 |